이번에는 '설득'이라는 주제를 다뤄볼까 한다.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는 사람들은 심리학에서 수립된 이론과 방법을 제쳐두고 경제학, 정치학, 공공정책 분야에서 사용하는 개념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할까?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사람들은 경제학, 정치학 등의 분야는 따로 공부해서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고 여기지만, 심리학의 경우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일상생활 동안 이미 그 원리들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심리학 관련 책을 찾아볼 가능성이 작다. '심리학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는 지나친 자신감 때문에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들을 놓치고 만다. 최악의 경우엔 심리학의 원리를 잘못 사용해서 자기 자신과 남들에게 손해를 끼친다.
설득은 기술이 아닌 과학이다. 어떤 예술가는 몇 가지의 기술들을 배워 천부적인 능력을 개발할 수 있겠지만, 정말 탁월한 예술가는 재능과 창의성, 그 두 가지는 어떤 스승도 줄 수 없는 타고난 것이다. 그러나 설득은 다행히도 예술과 다르다. 스스로 설득에 서툴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물론, 심지어 어린애를 달래서 얌전히 놀게 하는 일조차 못 하는 사람도 설득 심리학을 이해하고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전략을 사용하면 설득의 고수가 될 수 있다.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에서는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6가지 법칙을 바탕으로 설명했다. 6가지 법칙은 다음과 같다. 1) 사회적 증거의 법칙-다수의 행동이 '선'이다. 2) 상호성의 법칙-호의는 호의를 부른다. 3) 일관성의 법칙-하나로 통하는 기대치를 만들라 4) 호감의 법칙-끌리는 사람을 따르고 싶은 이유 5) 희귀성의 법칙-부족하면 더 간절해진다. 6) 권위의 법칙-전문가에게 의존하려는 경향.
당시 과학적 연구 결과들을 검토하고 치알디니 자신이 3년에 걸친 종합적인 현장 연구를 통해 밝혀낸 설득의 보편적인 여섯 가지 원칙을 소개했다. 그 후 연구자들은 이 여섯 가지 원칙을 꾸준히 입증해왔고 여러 분야의 실무자들은 이 원칙들을 지속해서 사용해왔다. 요약하자면, 1) 사회적 증거의 법칙은 '사람들은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결정하기 위해 타인의 행동을 살핀다.'는 내용이다. 2) 상호성의 법칙은 '사람들은 자신이 받은 호의에 보답해야 할 의무감을 느낀다.'는 내용이다. 3) 일관성의 법칙은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과 가치관에 따라 일관되게 행동하기를 원한다.'는 내용이다. 4) 호감의 법칙은 '사람들은 좋아하는 상대에게 긍정적인 응답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다. 5) 희귀성의 법칙은 '제한된 자원일수록 사람들은 더 원한다.'는 내용이다. 6) 권위의 법칙은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전문가의 견해에 귀를 기울인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과학이라는 것은 숨 고를 틈을 잠시도 주지 않고 계속 발전해 나간다. 지난 몇 년 동안 뇌과학, 인지심리학, 사회심리학, 행동경제학 같은 분야에서 이루어진 많은 연구의 도움으로 어떻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타인을 설득하고 행동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지 보다 근원적인 이해가 가능해졌다.
설득의 과학과 관련된 최신 연구를 소개하는 것 말고 또 다른 새로운 장점이 있는데, 커다란 효과를 끌어내는 작고 사소한 변화라는 주제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최초로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영향력을 미치고자 할 때(물론 완벽하게 윤리적인 방식으로) 어떻게 작고 사소한 변화로 커다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탐구했다. 이런 종류의 변화를 '스몰 빅'이라 부른다. 과학을 근거로 하는 사소해 보이지만 영향력을 발휘하는 변화가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이 점점 더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의사 결정할 때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활용하고 올바른 경로를 통해 결정을 내린다고 믿는다. 다른 사람들 역시 의사결정을 할 때 자신과 비슷한 방식을 사용할 것이며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들이 필요로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모든 정보와 판단 근거를 전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최근 설득의 과학 연구는 우리가 자주 놓쳐온 것들을 일깨워준다. 사람들에게 그저 변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서는 실제로 변화를 끌어내는 데 실패할 확률이 높다. 간단히 말하자면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도록 이끄는 것은 현상 그대로의 정보가 아니라 정보가 전해지고 제시되는 맥락(context)이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정보가 넘쳐나고 주변에 자극이 많은 시대에 살고 있다. 늘 시간에 쫓기고 주의해야 할 것이 많은 바쁜 삶 속에서 사람들은 모든 정보를 일일이 고려할 수 없을 것이다. 영향력을 성공적으로 행사하려면 사람들의 인지 자체보다는 맥락을 활용해야 하고 정보가 제시되는 심리적인 환경을 잘 이해해야 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고 교육할 수 있을뿐더러 접근 방식을 약간 바꿔서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동기에 메시지를 연결한다면 누구나 충분히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설득에 성공할 수 있다.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과 관련해 구성, 배치. 맥락, 시간 등을 약간 바꾸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행동할지 크게 차이를 보인다.
영향력 행사와 설득에 대해 이론과 실제를 모두 탐구한 행동과학자인 우리는 의사소통을 하는 데 작고 사소한 변화가 얼마나 대단한 효과를 만들어내는지, 이런 변화를 실천하는 데 시간과 노력, 그리고 비용이 거의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에 큰 매력을 느꼈다. 우리는 어떻게 이런 적은 노력을 만들어갈 것인지, 어떻게 이를 전략적으로 또 윤리적으로 구사해 어떤 재정적 부담(인센티브, 할인, 리베이트, 벌금 등)이나 시간, 자원의 투자 없이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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